Life/things... 2015. 3. 6. 15:18

사과는 노랗다.

사과는 무슨 색이에요?

"노란색이에요!"

 

 

 

어릴적 나는 사과가 노란색인줄 알았다.

아빠가 유일하게 사오는 과일이 있었다.

그건 "사과!" 

사과는 빨간색?!

노노! 사과는 노란색!!

 

노란색사과,

언니랑 나는 그 사과를 바나나사과라고 부른다.

사과의 품종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을 되짚어 생각해보면..

 

사과는 늘 멍들거나, 깨지거나, 벌레를 먹었거나,

맛이 푸석거렸다. 한마디로 "떨이"

 

그런 사과를 아빠는 늘 맛있고 몸에 좋다며 사오셨다.

사과를 들고오는 아빠를 보면 반갑기 보다

아..또 저 맛없는 사과를 사왔구나.. 어떻게 다먹지..

이생각 뿐이었고, 사과를 떠올리면 처치곤란에 이딴걸 왜 사오는거지 돈이 남아도나? 온갖 나쁜생각만 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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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20(금요일) pm: 11시27분

아빠는 그렇게 우리와는 더이상 함께 할수 없는 그곳으로 가버리셨다. 아프셨던 아빠는 그렇게 허망하게 갑자기 우리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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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3월6일 금요일

나는 다시 한번 바나나사과를 추억한다.

그때 아빠는 분명 돈이 없으셨을꺼다.

그래도 자식들을 먹이고 싶으셨을꺼다. 그래서 가격을 맞추다 보니 제일 볼품없지만 몸에좋은 벌레먹은 사과를 사오셨을꺼다. 그리고는 내 자식들의 건강을 챙겼노라 위안삼아 생각하셨을꺼다. 그리곤 미안해 하셨을꺼다...

아빠가 더 풍족하다면 더 맛있는 사과 빠~알간 사과를 사줄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서 자신을 또 다그쳤겠지...

나는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또 후회하고, 또 눈물이 난다...

 

나는 지금 과일을 사러가면 제일 크고 맛있어 보이는 과일을 고른다.

 

 

조금더 빨리 알았더라면...

제일 크고 맛있는 과일을 사드릴텐데..

아빠랑 술한잔 못한것이 사무치도록 후회로 남는다...

 

납골당에 붙일 아빠 사진이 도착했다고 한다.

내일은 사진을 찾아서 아빠를 뵈러 가야겠다.